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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전에 썼던 자작 소설입니다. (보호자 - 1)

Lindsey
1492 6 2

그를 알게된 건 어느 봄날 LA남부에 있는 한적한 공원에서였다. 저녁을 먹고 한창 흐드러진 장미 밭을 돌아다니다 잠시 벤치에 앉아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땅에서 부터 피어올라온 꽃들의 어우러짐에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차분한 사람 같아 보였다. 내게 조심스레 다가와 간단한 인사와 함께 내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아까부터 장미를 구경하시는 걸 봤어요. 남자 분이신데도 꽃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아, 네..그저 산책 중이었는걸요."
종교 전도를 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조금은 경계를 하며 대답하였다. 그가 계속 말을 걸었다.
"혹시 여기 근처에 사세요?
"아, 아뇨."
소텔 쪽에 산다는 말을 하려다 문득 겁이나 말을 아꼈다.
"저도 여기에 살진 않아요. 매년 이맘때면 활짝 피는 장미 꽃을 구경하려 오곤 한답니다."
곧, 그는 내가 잘 모르는 장미 꽃에 대한 지식을 쏟아내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았다. 어떤 장미가 올해 새로 개발된 장미라던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장미는 어떤 품종인데 저 구역에 있다면서 내게 가보았는지 등을 물어보기도 하고, 차분하지만 막힘없이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모습은 내가 5학년이었을 때 돌아가신 아빠를 떠올리게 하였다.
아빠는 정원을 가꾸는 걸 좋아하셨다. 우리집 마당에는 계절마다 구역을 옮겨가며 꽃이 피었다. 아빠도 여러종의 장미를 키우셨다. 그 때의 나는 도무지 꽃에 관심이 없었지만, 아빠가 돌아가신 후 점점 잡초들로 무성해지는 정원을 보며 나는 아빠가 키우던 꽃들이 그리워져갔다. 대학생이 되어 집을 나온 나는 타지에 있는 정원들을 보면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애잔함을 느낀다.
"저는 제이슨이라고 해요. 홈비 힐즈에 살고 있어요."
내가 장미 이야기를 꽤나 흥미롭게 듣고 있어, 본인에게 경계를 조금 늦추었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내게 조심스레 본인 소개를 하며 악수를 청했다.
고급 저택들이 있다는 홈비 힐즈를 난 가보지 못했다. 대학을 들어오며 처음 LA에 왔을 때, 시티 투어 버스의 코스 중에 베버리 힐즈를 구경해 보았을 뿐이다.
내가 쑥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의 악수를 받았을 때, 그는 이상하리만치 오래도록 내 손을 붙잡았다.
 그렇게 그와 연인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게이라고 먼저 드러내었다. 게이와도 몇번 사귀었던 적이 있어, 그가 내게 본인이 게이라고 말한 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여성스런 나의 외모를 보고 날 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나도 어릴 땐 내가 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게이들 속에 섞여있다 보면, 난 그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되었다. 난 여성의 모습으로 남자에게 사랑을 받길 원했다. 게이 사이에서 그런 나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물론 나도 내가 만난 그들 중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난 연인이 아닌 아빠를 찾고 있었다.
 그가 내게 와준건 내 삶에 있어 너무나 커다란 의미였다. 그가 가꾸는 정원, 자상한 미소, 다정한 말투 모든 것이 나의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촉촉히 적셔 늘 불안했던 마음에 안녕을 가져다 주었다.
 수업이 끝나면 늘 그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었고, 4학년 때에는 혼자 사는 그의 집으로 아예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는 성적인 취향이 조금은 독특했는데, 처음 관계를 갖던날 날 강간한다고 생각했었다. 그 때 난 강간을 당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 보다는, 이 사람이 내게 원했던게 이런 성적인 관계뿐이었다면, 관계를 갖고 난 후에 나에 대한 애정이 식어 날 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훨씬 컸다. 그래서 내가 위축되어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자, 제이슨은 행위를 멈추고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말을 했을 때, 그는 날 토닥여 위로하며 다정한 말로 내게 자신의 성적인 취향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는 자신이 가학적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내가 그것에 거부감이 느껴진다면 결코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내가 자신의 성적 취향과 맞지 않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내게 사랑을 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도 그가 그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아프고 힘들 때가 많았지만, 난 그의 취향을 모두 받아주길 바랬다. 때때로 너무나 아파서 애원하면 그가 조금은 자제하려고는 하였지만, 대체로는 곧 이렇게 괴로운 시간이 지나가고 다정스런 그의 포옹에 안도감을 느끼게 되리라 기대하며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그가 가장 즐겼던 것은 퇴근 후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다짜고짜 날 발가벗겨 두손을 천장에 매달고는 가죽 벨트를 이용해 언제고 끝날 줄 모르는 매질을 가하는 것이었다. 한번은 한시간 넘게 매를 맞다가 눈앞이 캄캄해지며 기절한 적이 있었는데, 깨어났을 땐 놀란 그가 날 무릎에 눕히고 미안하단 말을 연신 해대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다음부터 매질이 약해지진 않았다. 다만, 내가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조금 쉬게 하였다가 다시 때리곤 하였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이걸 해야했기 때문에 나는 그가 퇴근하여 집에 올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면서 동시에 두려워 하기도 하였다. 그건 묘한 감정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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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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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녀군요. 다음편 기다합니다 +.+
09:31
23.07.09.
Lindsey 작성자
봉주노
우앙~ 감사합니당~😍
23:00
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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