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 내가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는 20살이었다
밍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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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내가 남들과는 다르다란 생각을 하긴했다.
뭐라고 콕 찝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무리에서 살짝 겉돌았다.
그것이 나는 내 특유의 예민함이나
남몰래 비밀일기를 적는 등의
유치하게 남아있는 소녀적인 감수성 때문이라 치부했다.
나는 남들과 다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 신입시절,
남은 내 인생을 바꿔버릴만한 자그마한 사건이 일어났다.
생전 처음 맛보는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던 쯔음
나는 친구의 자취집에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다.
아무 일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게이가 아니니까.
그리고 그 친구도.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뭔가가 깨어났다"
라고 할 만한 나만의 작은 사건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다.
"일어났냐?" 하며
반쯤 감긴 눈으로 목에 전기 면도기를 들이대며 묻던 그 친구.
날렵한 턱과 목.
그리고 그곳에 지우개에 박힌 샤프심자국처럼
또렷하게 드러난 수염의 단면.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모터 소리를 내며 잘라내는 친구.
내 안의 뭔가가 꿈틀했다.
아직도 그 감정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수염. 면도. "일어났냐?" 잠에 덜 깬 낮은 음성...
내 안의 뭔가가 "탁" 하고 깨졌다.
친구의 이름.
김수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