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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처음부터 씨시보이가 아니었다 (1)

안나
1913 13 6

 

남자라도 어린시절 그런 기억은 한번쯤 있을것이다.
이모나 주위 누나들이 잘 어울릴것 같다며 립스틱을 발라준다거나 치마를 입혀주는 일. 
아니라면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여장 대회에 나가는 일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어릴때부터 눈이 나빠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나가는 몸무게. 거기에 내성적 성격까지. 
그저 취미라고는 만화책을 보고 따라 그리는 일 뿐이였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파오후니 오타쿠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20살 무렵의 나는 167의 작은키, 100kg을 넘는 몸무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남성답지 못한 여린 목소리. 소아비만 때문인지 살에 묻힌 작은 고추까지. 무엇하나 여자들에게 인기 있을 요소도 없었고, 내 스스로도 자신감이 없었다. 그나마 어린시절부터 그려왔던 그림 실력 때문에 전공을 그쪽으로 하게 되었다는 것? 

20대 나는 그렇게 여자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소개팅은 커녕 여자들이 대화를 받아주는 일조차 적었다. 그렇다고 여자랑 자기 위해 업소를 갈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남자들 무리가 서로 그런곳을 데려가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런 수컷 무리에서조차 열외된 파오후 였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야동 보고 자위하는 일. 남이 대딸 해줄수 있는 기분을 느끼기 하기 위해. 손에 피를 안통하게 한다거나 얼음으로 한다거나 하는 등. 야동속 AV배우가 나에게 해주는걸 상상하며 다양한 자위 방법을 개발하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다가 트랜스젠더, 쉬메일, 크로스드레서의 야동을 보았다. 처음엔 그닥 관심이 없었으나 한국에도 그러한 사람들이 음지에 꽤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음까페에 가입을 하였다.                             

나는 거기서 한가지 희망이 생겼다. 여자는 아니였지만 여자같이 꾸민 이들과 한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금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때 러버로 시작한게 놀랍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그게 더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러버로도 나는 그다지 매력적인 존재는 아니였다. 키도 작았고 몸무게도 많이 나갔기 때문에. 나는 어쨌든 욕정을 풀기 위해 스펙을 조금 부풀렸다. 그렇게 어여쁜 풀업 시디와 첫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근데 그때는 여자로 다뤄지길 바라는 시디의 욕망을 잘 몰랐고, 일반 여자랑도 대화를 해본적이 없기에 내가 어찌해야될지 몰랐다. 섹스 포르노 환상이 여기로 이끌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상상 속 나는 
뛰어난 러버였지만 모텔에센 그저 침묵이 긴 대화만 계속이어졌다. 풀업시디도 자신보다 키가 작은 내 모습에 실망을 한 기색이였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거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런 지루함을 참지 못한 시디분이 빨아준다고 나에게 바지를 벗으라고 했다. 

"오빠 시디인 나보다도 작네"

나는 그 말에 자신을 잃었다. 시디보다도 키도 작고, 고추도 작은 나는 발기도 잘 되지 않았다. 
박지도 못하고 그냥 그 시디분의 성기만 열심히 빨아주다 모텔을 나왔다. 미안함에 창피함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빨기만 했다. 내 목구멍을 타고 흘러가는 정액이 비렷고 뱉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삼켜버렸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섹스는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러버가 초보시디의 애환을 잘모르듯이 시디들이 초보 러버의 애환을 알까? 

게시판에 이런 아쉬움에 대한 글을 올렸고 몇몇 댓글들이 달렸다. 그 중에 어차피 여자랑 얘기하는게 힘들면 시디도 다를바 없다는 얘기였다. 시디bar를 가서 (자는게 목적이 아니더라도) 많은 시디들하고 얘기를 해보라고.  

그 이후 시디바를 가기까지는 꽤 시간이 흘렀다. 내성적인 내가 시디바를 가는것 조차 매우 용기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뭐라도 홀렸을까? 집에 있기 외롭기도 해서 생일날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무작정 시디바에 찾아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시디바가 있었고 게시글도 자주 봤기 때문에 막상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처음 들어갔을때의 인상이 기억난다. 야시시한 붉은 조명과 음악들. 퇴폐적이랄까? 화장 진하게 하고 오가는 시디들의 모습. 낮설었지만 용기를 내서 구석 테이블에 앉았다. 술은 거의 못했지만 기본 안주를 시켜놓고 멍하니 앉아 그들을 바라보았다. 러버인 내가 무엇을 하기는 힘들었다. 가끔 거기 일하는 언니들이 옆에 앉아 말동무라도 해주려고 말을 건넸지만 나는 긴장을 했는지 말을 잘못했다. 술도 조금 시키고 구석진 자리 끝에 음흉하게 앉아 있는 파오후는 내가 생각해도 비호감이였을것 같다. 그러다가 한 러버 형님이 내 앞자리에 와 털썩 앉았다. 

이런데 와서는 말도 막 걸고 해야지. 그래야 시디가 꼬야지. 
초보 러버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찬찬히 얼굴을 들어서 건너편에 앉은 러버 형님을 보니 남자답게 선이 굵은 외모. 근육질도 탄탄한... 한마디로 시디들이 아니더라도 여자들한테도 인기가 있을 법한 그런 사람이였다.  

술 좀 더 시킨다. 내가 쏠께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러버 형님은 자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해외에서 투자 사업을 했는데 그게 잘 안풀려서 고생이라느니... 이혼 경력이 있다느니 하는 말들이였다. 어차피 별로 다르게 할 것도 없어 말을 계속 들어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너 업해볼래? "
"네?
"러버도 업을 해봐야 시디 마음을 알고 그러는거야. 나도 초짜일때 다 경험해봤어. 그래야 알아. "

그리고는 여기 일하는 언니들을 불러 얘 좀 업 시켜보라고 말했다. 그 언니들은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다. 

"이분 맞는 사이즈도 없을것 같은데?"
"위에는 입고 있는 후드티 입고 그냥 대충 화장하고 가발하고 치마-스타킹 입혀봐. 신발이야 맞을테고.. 자연스런 패션으로 오케이? 업비는 내가 내줄게. 자 받아 팁!" 

팁을 받아서인지 조금 생기나던 시디 언니들의 손에 이끌려 업방으로 따라갔다. 
살짝 비치는 커피 스타킹과 고무 밴딩이 잡힌 짧은 치마를 주었다. 이거 입고 나오세요. 

그때 왜 그렇게 순수히 응했는지 모르겠지만 신기한 경험이었다. 입고 나오니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스타킹은 왜 그렇게 부드러운건지. "발사이즈는?" "250이요" 

그렇게 스타킹, 치마, 힐을 착용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처음 받아본 화장은 불편했다. 눈을 감으라고 했다가 뜨라고 했다가 얼굴도 답답한 느낌이 들었고, 
뷰러로 속눈썹을 찝을때는 살이 찝힐것만 같았다. 뭐든지 낮설기만 했다. 

그래도 화장 받은 얼굴이 내심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눈을 뜬 나는 아리따운 시디가 아니였다. 헝클어진 공용 가발을 쓴 내 모습은 그냥 화장하고 가발쓴 남자였다. 내가 봐왔던 야동과는 다른.... 

보통 이런장면에선 업한 내가 너무 예뻐 그길로 시디가 되거나 하겠지만 나는 아니였다. 입술 라인 삐뚤삐뚤 그려진 립스틱에 아줌마처럼 촌스럽게 된 색조. 아이라인도 너무 두꺼웠다. 그나마 피부가 좋아보인다? 그 정도. 

그래도 나가보니 조명 빨 때문인지 썩 못생긴 사람은 아니였다. 원래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엔 다리가 예쁜 다른 시디가 합석해서 그 러버형님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러버 형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업하니까 불편하지? 그게 시디들 기분이야."

내자리에 앉아 있던 시디가 러버 오빠를 향해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시디마음을 잘 아냐고 추켜세웠다. 그렇게 술 자리는 계속 이어졌고 업하고 무슨 형님이냐고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다. 업비도 내줬고 술도 사주는데 그정도는 시키는대로 하라고 해서 입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오빠라고 불렀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몸가짐이 조심스럽고 목소리 톤도 높아졋다. 

"너 목소리 예쁘네. 여자 같다." 
"네? 아니에여... 그냥 미성이여서"

오빠라고 더 불러봐. 그리고는 스타킹을 신은 내 허벅지를 천천히 어루 만졌다. 굵은 손마디가 허벅지를 쓰다듬는데 이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였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손이 가슴으로 갔다.

"너 젖탱이가 엄청 탐스럽네. 여자는 이래야지"

살쪄서 여유증처럼 튀어나온 가슴이었지만 그 러버 오빠는 가슴을 연신 주물러댔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내 성감대였는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너 이름이 뭐야"
"정상현이요" 
"아니 업했으니 여자 이름이 있어야지. 그래 기분이다. 내가 하나지어줄게. 안나 어때? 정안나"
"네?"
"이제 너는 안나야. 알았지? 내 여자로 찜"

다만 그 이후로 무슨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그 러버도 그렇게 술에 취해 다른 시디들에 찝쩍대다 이차를 나갔고 나도 업을 풀고 집으로 갔다. 
그러나 그때의 설렘과 흥분이 남았는지 집에서 여자 같다라는 말들을 떠올리며 세번이나 싸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생일날 나는 다시 태어난것이다. 시디 안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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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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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작성자
윤영이
네 맞아요 자전적인 얘기에요
12:13
23.02.24.
profile image
첨엔 러버 꼬셔서 시디로 만들어놓고 따먹는 지독한 러버인 줄 알았는데, 그냥 그 러버분이 본래 안나님의 성향을 잘 깨닫게 해준 것 같네요.😊
저도 성향 깨닫게 해주는 러버라 공감이 되네요.
맞지도 않는 성향을 뒤집어쓰고 본인이 러버인 줄 알고 돌아다니는 씨시들을 볼 때면 안쓰럽더라구요.
12:25
23.02.24.
안나 작성자
FD호감
맞아요 그런분들이 있더라구요 암캐로 사는게 더 어울릴 러버들
14:50
23.02.24.
profile image
자전적인 이야기 너무 좋네요!
12:38
23.02.24.
내면을 들여다보는 이런 글 좋아요
10:56
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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