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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네 이름은 수란이야

dearsorrow dearsorrow
1493 10 8

 

 

이 세계에 발을 들인지 이제 일주일이 지나가.

느낌으로는... 훨씬 오래된 것도 같지만서도.

 

늙고 낡은 나는 이 곳에서 꽤나 많은 아이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어.

그게 사실 너였으면 좋았겠지만, 아직 너라 생각되는 누군가를 마주하진 못했으니까.

 

정말로 네가 씨시라면 난 알아둬야 할 게 너무 많은걸.

내가 생각했던 시나리오와 많이 달라져서 매일 생각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어.

 

너를 만나면 선물하고 싶은 자물쇠 팔찌도 샀어. 열쇠가 없으면 안 열리더라.

그걸 네게 채워주며 내 것이 되어달라 청하면, 넌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음... 무릎이라도 꿇을까? 뭐, 원하면 그것까지.

 

이 세계에서는 독특하게도 이름을 지어주더라.

너이길 바랬던, 아니 바라고 있지만 사실 바랄 수 없을 것도 같은 아가씨도

지금 자신의 이름이 첫 주인에게서 받은 거라며 볼을 붉혔어.

사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나도 모르게 심장이 무언가에 데인 듯 욱신거렸지만서도,

그 말을 비밀이라면서 수줍게 내놓은 그 아가씨가 사랑스럽기도 해서 그 이름을 불러주고 있어.

물론 그 이름이 그녀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서 '씨'를 붙여서 불러주고 있는 중이야.

 

음... 그래서 생각지도 않게 너를 만나면 무얼로 이름을 지어줄까 계속 고민하다가,

나 이미 그 이름을 가지고 있더라고.

 

수란.

 

수란 (繡襴) [수ː란] [명사]

1. 수놓은 치마.

2. 궁중 나인들이 예식 때 입던 치마. 치마폭이 넓고 길이가 길며 단에는 금실로 수를 놓았다.

 

내 가 지금 몇년동안 썼더라... 이 소설 시리즈를.

때론 펨돔이기도, 섭이기도, 때론 CD이고 트젠이며 멜투멜이기도 했던 그 이름.

세상의 누구라도 될 수 있고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이름으로 변형되어 불리우는 그 이름을

너에게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어.

 

내일 서류에 사인하면 이직도 마무리되는 거고, 그럼.. 조금 여유가 생길테니

네가 머물 수도 있는 이 세게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아보고 싶어.

 

이 길로 걷기까지 이미 수도 없이 스스로를 베어내고 꺾어냈을 너였을 거란 건 알겠어.

너의 모든 것들이 부정되고 나서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라니, 어쩐지 좀 잔인하다고도 생각했어.

 

시디바도 가보려고. 내가 가는 것이 결례일 수 있어 미리 근처 시디바에 전화해봤는데,

역시나 상냥한 목소리의 스텝이 괜찮다고, 다만 스텝이 부족한 날은 신경을 못 써줄 거라며 미안해했어.

그래서 나는 혼자서도 잘 노는 의젓하고 씩씩한 돔이라고 대답해줬지. 그랬더니 웃더라.

정말이지 상냥한 이들.

 

나를 찾는데 너무 오래 걸리지는 마.

요즘 수면 장애가 조금씩 더 심해지고 있어서 안구도 갈리고 있고 몸도 갈리고 있거든.

그러니까 조를 생각은 없지만- 조금만 속도를 내주면 좋겠다고 넌지시 말하고 있는 거야.

 

아깝잖아. 너도 나도.... 서로가 없이 흘러가는 날들이.

같이.. 별 것 아닌 일상을 함께 하면 좋을 것도 같잖아.

 

잘 자.

푹 자.

오늘 밤에도 비가 쏟아진다.

 

네 이름은 수란이야.

너를 안고, 네 머리를 쓰다듬고, 네게 키스하고, 네 몸을 핥으며 불러줄게.

나의 수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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