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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

친애하는슬픔 친애하는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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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에 들어오기 전, 나는 같이 삶을 살아갈 노예를 찾는 것에 꽤 오랫동안 집중했고

그래서 슬레이브들의 이야기를 정말로 많이 수집하곤 했다.

 

그러던 와중, 베트남에 산다던 한 여자애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현재는 베트남에 있지만 두어달 뒤 한국에 돌아올 거니 자신에게도 기회를 주길 바란다며

오랫동안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딱히 받아들일 것도 아니었고 급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애는 참 부지런히 말했고

그 와중 자신의 사진이라며 이런 저런 사진들을 보내왔다.

그애의 보지는 검었고 그래서 나는 그애를 검은 나비라 불렀다.

 

그 와중 텔레그램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그 애 역시 자신이 베트남에 있다고 했다.

나는 검은 나비에게 베트남에 수맥 흘러? 라고 물으며, 나중에 말 걸어온 그 남자애를 무시하려 했다.

일단 가까이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유부남이기도 한 그 애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와이프에게 비밀인 상태에서 그 애의 아내에게 내가 불륜녀 따위로 취급되긴 싫었으니까.

하지만 검은 나비는 그래도 조금 봐주는 건 어떠냐며 말했고, 나는 편드는 게야? 쯧. 이라며 웃었다.

나는 역시 기집애들한테 약해- 너한테 했던 거랑은 다르지... 라고 말하며 담배를 물기도 했었다.

 

그 일이 있고 이틀 후엔가, 갑자기 텔레그램으로 말을 걸어온 남자애가

(실은 남자애라고 부르기도 좀 그렇긴 하다. 서른이 넘어 마흔이 다 되어가는 새끼였으니)

고백할 것이 있다며,

 

사실 검은 나비는 자신이었고 보내온 사진들은 모두 어디선가 받은 이미지다,

더 이상은 속이는 것이 죄책감이 들어서 하지 못하겠다 라고 말했다.

 

실은, 의심을 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검은 나비에게 솔직했고, 그 애도 그럴 거라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을 벌이지 않겠다, 용서해달라 말하던 그 새끼에게 말했다.

 

아니, 넌 또 그럴 거야. 반드시 그럴 거야.

쉽게 변하지 않거든- 원래 그래. 인간도 그런데 하물며 개새끼인 넌 더하겠지.

그리고 용서를 구해야 할 쪽은 내가 아니라 네가 지금 기회를 빼앗은 많은 노예들이야.

너는 고작 나 하나를 속였다고 생각하겠지만, 너로 인해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쉽게 믿지 않을 거고

나에게 닿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가까스로 용기내 손뻗은 애들을 외면할 수도 있겠지.

너 하나로 인해 나에게 손 뻗어 닿길 청했던 많은 아이들의 손목을 네가 잘라낸 거지.

 

특히 검은 나비에게도, 그러하지.

다신 안 그런다고? 에이- 그럴리가. 넌 반드시 다시 이런 짓을 벌일 거야.

 

그 개새끼는 뻔뻔하게도 다시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애원했지만 들을 가치도 없었다.

말하는 중간 나는 그저 차단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검은 나비가 있던 메신저창으로 가서 말했다.

 

미안.

나는 네가 정말 한국에 오거든 만나 고민해볼 참이었어.

어쨌든 너를 들여다 보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도 같아.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를 너는 알 거라고 생각해.

네가 가짜인 걸 알면서도 그래도 적어도 며칠간 내게 웃고 말걸고 기뻐하던 네게

작별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싶었어. 어쨌든 난 널 그냥 그런 개년이 아니라 검은 나비라고 불렀는걸.

 

안녕, 검은 나비. 잘 지내.

 

그리고 바로, 그 창 역시 차단해버렸다.

 

 

며칠 전 세상 멍청하게도,

그렇게 오랜 시간을 조르고 졸라 나의 관심을 받으려고 했던 한 씨시년이

어리석고 어리석게도 잘못된 판단 하나로 나를 영영 잃어버렸다.

그 오랜 시간을 조르고 조르고 졸라 얻은 단 하루.

 

그 멍청한 년을 차단하고 나니, 갑자기 검은 나비가 문득 떠올랐다.

친애하는슬픔 친애하는슬픔
9 Lv. 50015/60000EXP

개점 휴업 중이니 그만 연락하셔도.

정말로 손으로 꽉 잡지 않고서는 내가 달아 못 살 정도가 아니면, 사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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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엘사님 포함 9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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