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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이력서 들여다보기

친애하는슬픔 친애하는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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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꾸리기 위해 하나 정도 더 채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근무시간에 가장 많이 들여다 보는 건 아마도 구인구직사이트가 아닐까 싶다

 

지원도 지원이지만, 인재검색이란 것을 참 많이 보는데...

 

정말이지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력이 그 안에 있다

 

 

어째서? 싶을 정도로 많은 나이에 낮은 연봉을 가진 사람,

 

경력이 2~3개월로 뚝뚝 끊겨 있는데도 경력기술서가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사람,

 

그 흔한 자기 소개서 한 줄이 없기도 하고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싶게 써놓은 근거없는 자신감 피력하는 제목을 달아둔 사람,

 

전공과 달리 참 멀리도 돌고 돌아가고 있구나 싶은 사람들...

 

 

그런 이력서와 자소서 더미에서 나는 나를 들여다 본다

 

이 세계에서, 혹은 일상에서의 나

 

 

나의 기준이 절대적으로 맞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라고 말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제껏 세워온 원칙과 룰을 깰 정도인가를 본다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아서

 

 

이 세계에서 내가 만약 돔이 아닌 섭의 위치이거나 씨시의 위치이거나 펨슬의 위치었다면 어땠을까

 

일단 대전제부터 전-혀 공감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고 받아들여지지도 않지만 여튼 그랬으면

 

난 뭐가 달라졌을까, 라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각자의 SM

 

각자의 씨시로서의 위치

 

각자의 러버로서의 위치

 

각자의 기준, 룰, 선택, 판단...

 

 

양간에 만나 협의와 조율을 통해 관계를 맺어가는 것도 맞는 방법이라 한다면

 

애초 불평등한 관계에서 시작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관계를 맺는 건 틀린 것인가

 

차라리 잘 포장해서 숨기기라도 하지, 자신의 진짜 욕망과 요구를 숨기지도 못해

 

질질 흘리고 새는 꼴로 내 앞에 나타나서는

 

마치 모든 것을 다 내어놓을 듯 눈을 껌뻑이는 씨시 아가씨들을 턱 괴고 쳐다본다

 

 

어쩔 수 없이 트젠이 아니기에, 우악스러운 남성성을 바닥에 깔고 나타나

 

스스로가 누구인지 소개도 없이 다다다다 자신이 내게 원하는 것이 뭔지 랩하듯 쏟아내고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사 한 마디 없이 방을 없애고 사라지기도 하고

 

때론 무례하다는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동등한 위치에 서서 역할극 하듯 정하자 말하는 상황들 속에서

 

 

그리고 수없이 많이 올려져 있는 이력서들 더미에서

 

나는 나를 들여다 본다

 

 

나는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고 무엇을 너머로 보고 있는지

 

어떤 모습이고 싶고 어떤 모습이길 바라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라고

 

또 나를 혹여 '주인'이라 부르는 존재의 맞은편에 서서 어떤 모습으로 보이길 기대하는지

 

매일 생각하고 곱씹고 또 생각한다

 

 

누구나 나와 생각이 같을 수 없다

 

누구나 나와 기준이 같을 수는 없으며 이 세계에 대한 무게를 동일하게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이 세계의 무게를 일상 세계의 무게와 동일하게 느끼고 있으며

 

그러하기에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모습을 이 곳에서만 표출하고 토해내듯 내보이고 싶지 않다

 

각각의 세계에 적용되는 룰에 대해 인지하고 그 룰을 공감하고 적용할 수 있는 단 하나면 나는 족하다

 

 

그래서 때로 어찌 보면 노망난 노친네처럼 꼬장꼬장하게 구는 것일 수도 있고

 

스피드하게 휙휙, 그래 좋아! 가즈아! 만나서 플하고 즐기고 안녕 빠빠/ 하고 싶지도 않고

 

일상과 이 세계의 경계가 뭉그러져 마치 색이 엉겨있는 유화의 경계선처럼 자유롭게 넘나드는 

 

나와 같은 하나가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뭐, 기준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하나를 찾기 위해서 지금도 이력서 더미에서 헤엄치는 거겠지만

 

 

결국 도망쳤다가 다시 받아달라 애원하던 노예에게는 다시 놉, 이라고 답했다

 

아닌 건 아닌 거잖아, 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면서도 

 

아오 쫌...! 적당히 쫌...!! 봐주고 쫌....! 이라 쭝얼대는 또 다른 나의 입을 슬며시 틀어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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