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나를 기억해 주세요
친애하는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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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쁘기도 오지게 바쁘거니와
뭐 구해봤자, 라는 생각이 깊이 들어서 아무도 찾지 않고
또 기어코 나를 찾는 것들도 굳이 손으로 꽉 쥐고 있지 않다.
거기에 더해 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때 아닌 감금 상태이기도 했고.
그 와중에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쪽지를 받는다.
"잘 계시죠?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서요."
"그때 저는 너무 좋고 그리워서... 쪽지 드려봅니다."
이유가 있을텐데.
반드시 이유가 있었을텐데.
왜 내가 손들어 멈추었는지.
나는 마음을 준 상대에게 싫증이 나서 놓아본 적 없으니.
그런데 누구인지도, 왜인지도 기억이 안 나는 존재들이 있다.
도무지 모를 그 어떤 아이가 내게 반갑다 손 흔드는데
내 기억에 그 애는 없다.
내가 다 기억할 거라 믿는 걸까.
혹은 기억해주길 바라는 걸까.
혹시 내가 기억해주길, 떠올려주길 바랬다면
그 숱하게 스쳐간 시간들 사이에서 그 애는
돌과 같이 단단한 내 가슴에 흔적을 남겨두기 위해
무엇을 시도해 보긴 한 걸까.
내게 그 아이 하나였을 거다 꿈꾸는 걸까.
그러길 바랬던 걸까. 어떤 판타지에 젖어 내게 손뻗는 걸까.
촉촉하게 젖어 도착한 그 쪽지를
바짝 메마른 손으로 폈다 다시 접어둔다.
뭘 알아야 어어- 라도 하지.
뭐가 기억이 나야 대꾸를 하지.
나를 기억해 주세요.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애는
내 마른 눈과 손, 마음 모서리 끝 하나
적셔보기라도 한 건지.
그 악의없는 무심함이 이제 나도 좀 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