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유 자유 정액 맛을 바꿀 수 있나요? (a.k.a 맛과 효능)[퍼옴]
미지의 것, 주변에서 만류하는 것을 굳이 입에 넣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인류의 식문화와 의학은 이런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 덕분에 발전한 게 아닐까?
호기심은 식탁에서 멈추지 않고 기어이 침대까지 확장된다. 애인에게 오랫동안 채식과 과일 섭취를 종용하니까 정액 맛이 달콤해지더라, 섹스 전 1.5ℓ의 쿨피스를 마셨더니 정액에서 쿨피스 맛이 나더라, 몸 관리 안 하고 술 담배 하는 사람의 정액 맛은 쓰고 비리더라 등등 인터넷엔 기상천외한 정액 제조/섭취 후일담이 많다.
‘비위생적이다, 불쾌하다, 기괴한 성적 판타지일 뿐이다, 나는 하기 싫다’와 같은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상쇄할 정도로 호기심과 장난기가 다분한 사람 역시 존재한다. 그런 꾸러기들을 위해 적었다. 정액의 맛과 효능, 그리고 먹었을 때 건강상 문제가 없는지 등을 샅샅이 살펴보도록 하자.
정액은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나요?
일단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EVE의 블로그답게 정액의 성분을 꼼꼼하게 따져 보도록 하자.
간혹 ‘정액은 몸에 좋다. 그러므로 먹어도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액 안에 얼마나 다양한 영양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지에 대해 격렬히 설파하곤 한다. 사실이다. 정액에는 정자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영양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아연, 칼슘, 과당, 포도당 등등) 더불어 정액에는 호르몬, 엔도르핀, 신경 전달 물질 및 면역 억제제를 포함한 50가지가 넘는 화합물과 박테리아, 바이러스 및 곰팡이에 대한 항균 작용을 하는 다양한 단백질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런 내용만 들으면 정액은 최고급 종합 영양제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에는 정액이 항우울, 노화 방지, 수명 연장, 심지어 탈모 예방에까지 효과가 있다는 기사가 적잖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글에는 대체로 큰 맹점이 존재한다. 거기에는 대체 얼마만큼의 정액을 먹어야 저런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일반인 남성을 기준으로 한번 사정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정액은 큰 숟가락 한 스푼(1.5mL~6mL) 정도다. 이 정도의 양으로는 위에 언급한 긍정적 신체 효과를 마주하기 어렵다. 에너지로 환산하면 겨우 1kcal 정도에 불과하다. 즉, 평균적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정액에는 영양학적 가치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고로, 당신이 고대 이집트 여왕 수준의 재력과 권력을 갖고 있어 영양 섭취를 위해 수많은 정액을 다량으로 매일매일 얻어낼 수 있다면 정액이 몸에 좋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일반 소시민이라면 정액보다는 시중에 파는 단백질 쉐이크나 에너지바를 먹는 것이 영양 측면에서 더 이득이다. 이렇게 편리한 시대에 이상한 방법으로 영양을 섭취를 하진 말자. (1명의 애인에게 그것이 가능하게끔 종용한다면 인권 유린이자 학대다)
정액은 무슨 맛인가요?
굳이 먹었을 때 좋은 맛이라 표현하기 어렵다.
가끔 정액 맛이 달콤했다는 후기가 보이는데 사실 이는 사실이 아닐 확률이 높다. (백번 양보해 달콤했다 하더라도 주스 수준으로 달콤할 거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다) 정액에는 분명 정자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과당(당 성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과당은 정액 안 성분 중에서도 양이 워낙 적은 편이라 단맛이 두드러지게 나긴 어렵다.
정액의 맛은 대개 텁텁하고 비리고 쓰다. 정액에서 정낭액 다음으로 많은 양을 차지하는 전립선액에는 스퍼민(spermin)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들은 약알칼리성으로 여성 질의 산성도를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알칼리성의 맛이란 것이 대개 텁텁하고 시고 쓰다. 락스와 같은 화학물질이 입에 튀었을 때 느꼈던 쓰고 역한 맛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래서 삼킬 때 위액이 올라오는 것 같은 쓴맛이 확 올라온다.
정액 맛을 바꿀 수 있나요?
경험에 기반한 대표적 도시 전설 중 하나다. 사실 이 부분은 의학적 연구가 전혀 이뤄진 바 없다. 그러니 완전히 신뢰할 내용은 아니다.
생활 환경이나 식습관에 따라 체취가 다른 것은 확실하니 정액 역시 일정 부분 맛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인간의 분비물은 실제로 섭취한 음식에 따라 성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지에 방문했을 때 이색적인 체취에 놀라게 되는 것이나 술을 많이 마신 뒤 다음날에 본 소변의 향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정액의 맛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는가? 가능할지 모르나, 그것은 장기간에 걸친 식이요법 개선과 운동을 통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인스턴트, 설탕, 가공육과 같은 식품이나 음주나 흡연 습관은 정자의 운동성과 이동성, 생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런 식습관에서 완전한 환골탈태를 시도해 과일, 채소, 저지방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을 오랜 기간 유지한다면 신체 대부분에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고 정액 역시 건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시도했다 하더라도 만족할 만큼 달콤하고 신선한 정액을 만들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러니 섹스하기 하루 전부터 애인에게 삼시 세끼 순도 100% 오렌지 주스를 먹이거나 야채와 과일만 섭취하게 하지는 말자. 그보다는 장기적 관점으로 점진적인 식단 개선을 권유하여 건강한 신체를 함께 만들어가자. 정액의 맛은 모르겠지만 섹스의 질은 확실히 향상될 것이다.
정액을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나요?
당신의 애인이 성병이 없다면 건강상 문제는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당신과 애인이 한 번도 성병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체액을 통해 전염될 수 있는 여러 바이러스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예로는 HIV, B형과 C형 간염, 헤르페스 및 클라미디아 등이다. 그러나 사실 위와 같은 성병 전염은 오럴 섹스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입에 상처가 있거나 치은염과 출혈 잇몸이 있는 경우 오럴 섹스 시 성병 감염 확률을 더욱 높인다. 따라서 당신이 사정한 정액을 먹거나 장난치기를 즐기는 섹스 성향이라면 당신과 애인 모두 치과와 비뇨기과, 산부인과를 방문해 건강한 신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액 알레르기 (semen allergy)’를 가진 사람이라면 정액을 먹는 행위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알레르기의 주요 증상은 정액이 닿은 음부가 빨갛게 충혈되고, 붓고, 가렵고, 후끈거리는 것이다. 질 이외에 피부, 입 등에도 증상이 발현될 수 있으며 두드러기, 호흡곤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성 쇼크)까지 나타날 수 있다. 만일 본인이 위와 같은 증상이 있다고 한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임신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애초에 식도를 통해 들어간 자궁에 정자가 착상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정액의 잦은 섭취가 신체 내 항정자항체를 발생케 해 난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국내 산부인과의를 통해 언급되었다. 그러나 위에 관련한 의학적, 과학적 논문이 많지 않아 사실여부를 가리기 어렵고 난임 가능성이 커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임신확률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액을 먹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두 개인이 결정할 대목이다. 한쪽이 내키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면 당연히 무리해서 요구해선 안 된다. 그러나 사랑의 표현은 사람마다 다르게 할 자유가 있고, 그 자유는 충분히 존중돼야만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물고 빨고 삼키고 뱉는 모든 사랑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요약
1. 정액에는 많은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지만, 먹었을 때 건강에 좋다고 하기엔 그 양이 매우 적어 영양학적 가치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2. 식이요법으로 정액의 맛을 달콤하거나 신선하게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낭설이다. 정액은 알칼리성을 띄고 있어 쓰고 비리다.
3. 만약 당신과 애인이 한 번도 성병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체액을 통해 전염될 수 있는 여러 바이러스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4. 사랑의 표현은 사람마다 다르게 할 자유가 있고, 그 자유는 충분히 존중돼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