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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자유 자유 나를 기억해 주세요

친애하는슬픔 친애하는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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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쁘기도 오지게 바쁘거니와

뭐 구해봤자, 라는 생각이 깊이 들어서 아무도 찾지 않고

또 기어코 나를 찾는 것들도 굳이 손으로 꽉 쥐고 있지 않다.

거기에 더해 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때 아닌 감금 상태이기도 했고.

 

그 와중에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쪽지를 받는다.

 

"잘 계시죠?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서요."

"그때 저는 너무 좋고 그리워서... 쪽지 드려봅니다."

 

이유가 있을텐데.

반드시 이유가 있었을텐데.

 

왜 내가 손들어 멈추었는지.

나는 마음을 준 상대에게 싫증이 나서 놓아본 적 없으니.

그런데 누구인지도, 왜인지도 기억이 안 나는 존재들이 있다.

도무지 모를 그 어떤 아이가 내게 반갑다 손 흔드는데

내 기억에 그 애는 없다.

 

내가 다 기억할 거라 믿는 걸까.

혹은 기억해주길 바라는 걸까.

혹시 내가 기억해주길, 떠올려주길 바랬다면

그 숱하게 스쳐간 시간들 사이에서 그 애는

돌과 같이 단단한 내 가슴에 흔적을 남겨두기 위해

무엇을 시도해 보긴 한 걸까.

 

내게 그 아이 하나였을 거다 꿈꾸는 걸까.

그러길 바랬던 걸까. 어떤 판타지에 젖어 내게 손뻗는 걸까.

 

촉촉하게 젖어 도착한 그 쪽지를

바짝 메마른 손으로 폈다 다시 접어둔다.

뭘 알아야 어어- 라도 하지.

뭐가 기억이 나야 대꾸를 하지.

 

나를 기억해 주세요.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애는

내 마른 눈과 손, 마음 모서리 끝 하나 

적셔보기라도 한 건지.

 

그 악의없는 무심함이 이제 나도 좀 물린다.

 

30d621a92a3ee7f93cc54a290a8d7539.jpg

 

친애하는슬픔 친애하는슬픔
9 Lv. 50066/60000EXP

개점 휴업 중이니 그만 연락하셔도.

정말로 손으로 꽉 잡지 않고서는 내가 달아 못 살 정도가 아니면, 사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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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냥 민냥님 포함 14명이 추천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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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감정이입도 되네요
빠져드는 글이네요
09:15
22.11.11.
생채기가 오래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나간 세월이 길어 남는 것 중에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쉬 아물지 않더군요.
무심한듯 내려놓고 좋은 인연 만나셨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힘내세요
09:15
22.11.11.
profile image
샤샤71
뭐 생채기 보다는 질림에 가깝지 않긋나...
달콤한 사탕도 오래 먹다 보면 물리는 법이니까요.
12:15
22.11.11.
반가움의 표현일 수도 : ) 기억이 없더라도 가뿐히 손 한번 흔들어주세요
13:02
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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