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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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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묶은 모습이 예뻐서 좋다.

 

같은 뭣모르는 남자들이나 쓸 법한 딱딱한 표현으로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음, 로프를 알게된 건 7년 전 쯤이었다.

 

성향 깨닫고, 이상할 정도로 끌리던 용품 중 하나였던 로프를 사고, 손에 쥐었는데, 글쎄 난 그때 바로 알았다.

 

아마 씨시가 평생을 성향에 대해 고민하고, 부정하다가 결국 여자 옷을 손에 넣고서야 자신의 성향을 인정하게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머릿 속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기분.

 

로프는 그랬다. 손에 잡히는 그립감, 다루는 대로 잡히는 모양, 그리고 로프마다 다른 길이와 직물에 따라 거칠기도 부드럽기도 한 질감. 내 마음 대로 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어 좋다. 아, 나도 에세머구나.

 

그걸 손에 쥐었을 때의 두근거림 그대로, 섭의 몸을 속박했을 때에는. 나는 정말이지 탄성을 내질렀다.

 

"이야아..."

 

하고 넋을 놓은 채로.

 

 

로프가 몸을 파고든 모습은 그랬다. 줄이 살갗에 맞닿아 빨갛게 일어난 것하며, 살찐 곳은 그 무게만큼 움푹 패였고, 마치 사람이 아닌 고깃덩어리라도 묶인 듯,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살덩어리가 너무나도 하찮은 존재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내가 감탄한 것은 당연했다.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노예새끼한테 이보다 더 어울리는 게 있을까.

 

팔 아프게 도구로 쑤셔박고, 시끄럽게 윙윙대는 로터 소리를 들을 게 아니라, 살덩어리 매달아 놓고, 나는 옆에서 그걸 안주로 술이나 마셔도 될 정도로, 로프에 묶인 섭은 보기만 해도 즐거운 오락거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섭 자신은 어떨까,

처음에, 대부분의 섭들은 모른다. 오히려 궁금해 한다. 묶이는 것만으로도 왜 몸이 끓어오르는지 이해를 못하다가, 곧 알게된다.

 

평소 정신적으로만 종속되다가, 로프로 자신을 동여매는 나를 통해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로프를 느끼며 점점 젖어가고, 발정이 나는 것이다. 

 

사락사락 스치는 이질적인 로프의 질감에 순간순간 온몸을 부르르 떨어댔을 건 당연하다.

 

그리고 끝내 준비해온 로프를 전부 사용하여 전신이 묶여졌을 즈음엔 알아버렸을 것이다. 빡빡하게 죄여오는 압박감과, 정육점 돼지 고기처럼 묶여버린 수치심은 노예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 이 모든 느낌이 바로 완벽한 노예의 증명이라고.

 

또한 자신을 무슨 동물원 동물 보듯 구경하며, 즐거운 눈을 한 채 술을 마시고 있는 저 사람은, 분명 내 주인님이 맞다고, 다시금 인정하고는 머리를 조아렸을 거라 확신한다.

 

섭이 묶인 채 끙끙대는 사이, 나는 웃음을 머금은 채 그 모든 것을 지켜본다. 다리 사이에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투명한 액들 하며, 컨트롤하지 못하는 입에서 질질 흐르는 침. 그렇게 망가진 표정과 자세를 고칠 수도 없이 맨살에 전해지는 쾌감, 그 계속되는 쾌감에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머릿속, 파고드는 로프에 반사적으로 약간 움직이기라도 하면 다시금 더 깊이 죄여드는 로프. 다시, 쾌감. 

 

"풀어줄까?"

 

당연히 풀어줄 생각 없지만, 그냥 던져본 말일 뿐.

 

"..."

 

내 물음에 대답할 수 없는 노예새끼.

 

"풀어 줄 생각 없어."

 

하고는 재밌다는 듯이 크게 웃는 나. 

 

그리고 이어지는 안타까운 신음.

 

그런 널 보고 웃는 게 아니라, 비웃기 시작하는 나.

 

 

음..

비웃음이 나오기 시작할 때가 그때이다. 

로프에서 돼지를 내려야 할 때. 

돼지고기가 맛있을 때.

 

 

아, 배고프다.

돼지고기 먹고 싶네.

 

아, 노예새끼..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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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캉소추 말캉소추님 포함 8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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