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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인 내가 남자인 내 친구와 했던 연애 그리고 여장 썰4

유키테스 유키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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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녀석을 쳐다봤어.

 

내심 조마조마 했지.

 

녀석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라구.

 

그래서 나는 그 녀석 가까이에 얼굴을 갖다댔어.

 

녀석도 목을 쓱 내밀고 나를 꼼꼼히 쳐다봤어.

 

그렇게 몇 초를 눈을 찡그릴대로 찡그리며 나를 훑어보다가

녀석도 뭔가 알아차렸는지 목과 함께 몸을 슥 뒤로 내빼더니

놀란 표정만 지을 뿐 아무 말이 없었어.

 

나도 헛웃음만 새어나오더라.

 

그렇게 3,4분쯤 정적이 계속 됐어.

그동안 우리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지.

녀석도 생각이 복잡했을거야, 나도 그랬으니까.

 

그때 그 곳의 공기는 내가 처음 들어섰을때의 포근함이 많이 없어진 상태였어.

 

"준희야...어, 음.."

 

녀석이 먼저 운을 뗐어.

하지만 말은 쉽게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내 시작한 그 녀석의 말은 횡설수설 정리가 잘 되지 않았어.

 

알아 들을 수 있었던 말이라곤 자기가 안경을 쓰지 않아서 알아보* 못했다는 것과

내가 나일거라는 생각을 못했다는 것.

 

그 외에도 이런 저런 말들을 했지만 그렇게 기억에 남진 않았어.

 

물론, 저 두가지 이유 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말이야.

 

"그냥.."

 

이라는 말로 나는 횡설수설하는 그 녀석의 말을 멈췄어.

 

"그냥,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서로 비밀이라면 비밀인건데 그냥 모른 척 하자."

 

그렇게 말하곤 나는 옷걸이에 걸려있던 겉옷과 바닥에 있던 백을 챙겨나와서

힐을 신고 있는데 녀석이 내 뒤까지 따라나왔어.

 

"아니, 그래도.."

 

녀석은 뭔가 할말이 있는 듯 말 끝을 흐렸어.

 

"뭐, 자랑스러운 비밀은 아니잖아. 그냥, 만나면 평소처럼 지내자."

 

목 끝에서 자꾸만 무언가 새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겨우 참고 한숨만 내쉬었어.

 

그러곤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지어진지 얼마 안된 원룸이라 그런지 자물쇠가 도어락이더라.

 

한껏 진지했던 분위기 깨지게 내가 낑낑 거리면서 문을 못 열고 있으니까

녀석은 헛웃음 한번 터트리더니 버튼을 하나 눌러서

문을 열어줬고 나는 민망한 마음에 급하게 거길 빠져나왔어.

 

계단을 내려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서 넘어질뻔 했지만 난관을 붙잡고 겨우 버텼어.

 

집이 바로 코 앞인데 걸어갈 힘이 없어서 계단에 주저 앉고 말았지.

 

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스쳤지만 그때 드는 생각은 하나였어.

 

녀석과 전공 수업이 겹치는게 몇 개 있으니까 안볼래야 안볼 수도 없지 라는 것.

그리고 나는 백씨고 녀석은 이씨라서 이름 순으로 과제 조를 짜주는 전공 교수님도 꽤 계셨는데,

그것도 마음에 걸렸어.

참 별 쓰잘데기 없는 것들만 자꾸 생각났어.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어.

갈때 헤매긴 했지만 집에 갈때는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정말 10초도 안걸리더라.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9시 3분 무렵이었어.

약속 시간이 8시 였는데 그 많은 일들이 불과 1시간 안에 벌어진거야.

 

긴장이 풀렸는지 대충 자켓만 벗어놓고 잠이 들었어.

다음날 속옷이 너무 불편해서 새벽에 잠을 설치고

매니큐어를 지우고 학교 가느라 고생 꽤나 했지만 말이야.

 

그 후로 학교에서 많이 마주쳤지만 전처럼 인사를 한다거나 편하게 대화를 한다거나 할 수 없었어.

눈이 마주치면 그냥 피해버리고 대화를 할 게 있으면 그냥 다른 사람 통해서 에둘러 말하곤 했지.

 

그렇게 그냥 점점 멀어지고 처음에는 계속 신경 쓰이던 것들에 대해 신경을 덜 쓰게 되었지.

 

 

그러다가 4월 중순 무렵이 되었어.

4월 말에 중간고사가 있었기에 중순 무렵은 한창 중간고사 준비기간이었어.

 

그 중간고사 마지막날에 과 MT가 잡혀 있었는데,

우리과는 전통적으로 예비역모임에서 MT 장기자랑 같은 것을 준비해야했어.

 

그래서 중간고사 준비기간임에도 예비역모임 술자리가 잡히게 되었고,

12학번 신입생 여자애들 몇 명과 나를 비롯한 몇몇 다른 재학생들도 그 자리에 끼게 되었어.

 

장소는 노래주점의 가장 큰 방.

 

그 날 8시에 수업이 끝났던 나는 가장 늦게 술자리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분위기는 한껏 달아 올라있었어.

 

그리고 그 녀석도 그 자리에 있었지.

 

이상하게 그때 그 일이후로 어떤 자리에 가든 그 녀석이 있는 곳부터 가장 먼저 찾아서 피하곤 했으니까

 

이번에도 나는 녀석을 피해서 입구가 가까운 끝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중간 자리로 끌려가서 맥주잔 가득 소맥을 3잔을 원샷했지.

 

3잔 정도야 괜찮은 듯 했지만 선배들의 잔까지 연거푸 마시다보니 취기가 갑자기 확 올라왔어.

 

취기를 걷어내려고 날숨도 몇번 내쉬었지만 취기는 점점 더 올라오기 시작했고 몸도 나른해지는 기분이 들었어.

 

그때 테이블 맞은 편에 있던 사람이 내게 맥주잔 가득 차가운 물을 채워서 건네주었고,

 

꼴깍꼴깍 모두 마시고 나니 그래도 아주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 듯 했어.

 

 

"고마워.." 라고 말하고 앞을 바라봤는데

 

글쎄, 그 녀석이 물통을 들고 있는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녀석을 지긋이 바라봤는데 그 녀석도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피하지 않았어.

 

그렇게 한참을 서로 바라보고 있었어.

 

다른 사람이 말을 걸기전까진.

 

 

그렇게 첫 술자리가 끝나고, 몇명은 집엘 가고 남은 사람들끼리 2차, 3차, 4차까지 갔어.

 

중간중간 필름이 끊겨서 기억은 안나지만 녀석과 나는 4차까지 남아있었어.

 

4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시간을 보니 3시 40분 정도였어.

 

그렇게 보낼 사람들 택시 태워서 보내고,

 

녀석과 나, 근처방향에 사는 선배 한분 이렇게 셋이서 집 쪽으로 걸어갔지.

 

선배는 중간에 빠지시고 나와 그녀석만 남게 되었어.

 

말없이 걷고 또 걸었지.

 

하지만 새벽녘이라 날씨가 매우 추웠어.

 

당시 나의 차림은 베이지색 컨버스 하이에 남색 면스키니진, 하얀색 브이넥, 하늘색 가디건 이었는데,

 

낮엔 괜찮았지만 새벽이 되니까 너무 추웠어.

 

술을 마신 후라 그런지 더 추웠고.

 

 

내가 추워하면서 오덜덜덜 떨고 있으니까 녀석은 "입어." 라고 무심히 말하며

 

자기가 입고 있던 노란색 야상을 내 어깨에 걸쳐주었어.

 

술기운때문인지 분위기때문인지 설렘 같은 감정이 느껴졌어.

 

"고맙다." 라는 말도 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

 

그냥 말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집 앞에 도착했지.

 

녀석에게 옷을 돌려준 뒤 말 없이 손만 까딱 흔들고는 집으로 올라갔어.

 

그리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아뿔싸, 가방이 없는거야.

 

가방엔 열쇠나 지갑 같은 것들이 다 들어 있었는데 어디선가 나두고 와버린듯 했어.

 

도어락이 아니라 열쇠로 문을 여는 방식이었던지라 집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지.

 

여분의 키는 주인아저씨가 들고 있는데 시간도 너무 늦었고,

 

돈도 하나도 없어서 모텔에 갈 수도 없었어.

 

근데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녀석이 생각이 난거야.

 

 

무언가에 홀린듯이 녀석의 집으로 향했어.

 

그리고 그 녀석 집 앞에서도 좀 망설였지만 나도 모르게 초인종으로 손이 향했어.

 

'띵동'

 

추워서 몸이 떨리는데 심장은 매우 빨리 뛰기 시작했어.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어.

 

혹시나 바로 잠든건 아닐지, 문을 안열어주면 어쩌지 하면 별 생각을 다하고 있는데,

 

도어락의 '삐리릭' 하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열리는 문 틈으로 그 녀석이 보였어.

 

아주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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